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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담베리살롱의 세계관  -  2006/11/12 15:47
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사실 나는 권교정의 학원물보다는 중세물이나 SF판타지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오후라는 정체불명의 만화잡지에 연재되는 마담베리살롱에 이르면 나는 이작가의 세계관에 탄복한다. 요즘들어 독자들에게 도대체 뭔짓인가!! 라는 질타를 듣고 있는 모양이지만 내게 있어서는 흥미롭기 이를데 없는 작품이다.

물론 사실 나도 "킹"이라는 사람의 이등신과 메어리의 그림을 보았을 때 내가 지금 출판유통망을 통해 전해진 만화잡지를 들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일순 들었지만 이야기 구조의 한 측면이라면 그도 눈감아 줄 수 있다. 사실 그런 건 별로 문제 되지 않았다. 내가 권교정이라는 사람에 대해 늘상 막연히 생각해 오던 것이 마담베리 살롱에 이르러서는 명확해지는 판국이다.

투비 컨티뉴 나는 지금 퇴근중!! 크흑!!
그러니까 이어서 이야기 하자면.

황미나의 엘 세뇨르에서 엘 세뇨르가 추구했던 해방구에서 조차도 평등이라는 것은 완벽하게 갖출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사회가 생성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계층, 그리고 그 계층이 만들어 내는 위화감. 어떤 선한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젖과 꿀이 흐르는 어떤 축복된 땅에서 살지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인간이 살아갈 사회라는 것에서는 더욱이 문명이 고도로 발달해 버린 터에는 지도자개념이 필수불가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지도자를 보필하는 무리들이 존재하고 지도자와 가까울 수록 그들은 또다시 구원의 한 측면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필하는 자와 보필하지 않는 자.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인간의 자유의지가 신에게 받은 축복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평등한가. 개념의 평등이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평등은 존재하지만 평등이라는 것은 또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등은 언제나 만들어 내어져야 하는 쪽이고, 평등해야한다라는 강박관념은 이미 평등하지 않다라는 진실과 함께 평등이 존재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가 아니겠냐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 무슨 소리를 하겠다고 사설이 저리 길었냐 하면 권교정의 만화에서 나는 상당히 무심한듯 폐부를 찌르는 평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세계의 사람들은 그것이 거기에 그렇게 존재하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의심을 갖지 않는다. 권교정의 만화에서 계급이 사라졌는가. 시대가 중세풍이다. 총사대와 근위대, 자작 남작 백작 등등이 나온다. 압권은 이등신의 킹교이지만 어쨌든. 그럼 무엇이 평등한가. 남녀가 평등하다. 남녀가 평등하고 평민과 귀족이 평등하다. 아시다시피 모르시다시피 마담베리살롱의 주인공은 에필이라는 여주인공이며 그녀는 검술로 세상에 따를 자가 없는 라토우라는 검사에게서 사사를 받았고, 이 라토우라는 검사 또한 여자로서 총사대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라토우검사는 총사대 청년들의 경외의 대상이고, 에필의 검술실력은 급기야 총사대에 스카웃되기에 이른다. 여자가 무슨 이라는 생각이나 아니 여자가라는 놀라움이 없다. 에필의 검술실력만이 검증되어 버린 것이다. 에필의 여동생은 어떠한가. 집안을 위해 돈을 빌리고 그 돈을 갚기위해 배를 타고 장사하겠다는 그녀를 보고 집안 식구들은 모두 어울릴 것이라는 말을 한다. 누구도 여자가 감히! 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에필이 처음 추천서를 들고 총사대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 조차도 말이다. 그렇다고 에필이 남자답게 생겼느냐. 권교정의 그림에서 딱히 남녀의 구분을 첨예하게 할 수는 없지만 어쟀든 에필은 그렇게 남자같이 생긴 얼굴은 아닌 듯 하다. 굳이 남자들의 옷을 찾아입는 것도 아니다. 그냥 총사대복장이 그러하고, 움직이기 편한 옷이 바지인 것이다. 이 옷에 관한 이야기는 마담베리살롱에서 집사가 보여주는 옷에서도 드러난다. 부채를 살랑거리며 들어서는 마담베리를 맞는 집사는 여자이지만 남자옷을 입고, 마담베리는 그런 옷은 너의 몸매를 망친다는 잔소리를 한번 할 뿐이다. 그렇다. 그런 옷은 남자옷이 아니라 코르셋으로 몸을 조각하지 않는 활동성 넘치는 옷인 것이다. 아직 치마입는 남자를 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당시의 바지가 모두남자의 옷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이런식의 개의치않는 무덤덤한 무심한 그냥 그렇게 있어왔던 듯 아무렇지도 않게 전개해가는 권교정이 놀랍고도 웃길 뿐이였다.

이 만화에서 나와 동일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에필의 고모인 에뜨와르였던가. 아무튼 그 여자의 조카인 새턴만이 나와 같은 선상의  시야를 가지고 그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 이를테면 무거운 항아리를 들고 위에다 올려달라고 하는 하녀에게서 머리를 조아리거나 두렵거나 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너 거기 키큰놈 실해보이니 이거좀 올려다오라는 눈빛만이 가득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상황에 대해서 그 이야기속의 다른 이들은 모두 말한다. 무거우니까 그랬겠죠. 너무 높았거나. 라는 식으로 말이다. 마담베리살롱에서 마주친 그 여집사의 옷차림이나 라토우라는 여검사를 경배하는 총사대, 새턴이 봄에 그 세상은 뒤틀린 이야기가 아닐까. 심지어 주교조차도 여자였다. 그건 그 이야기속의 세계관에 탄복하는 따위의 짓을 하는 나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현재 어떤 곳에 살고 있길래.

뒤틀린 것은 무엇인가. 사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본적인 편견이 뒤틀린 것인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유유하게 흐르는 저 세계 건너편이 뒤틀린 것인가. 여자 남자의 구분 이전에 사람이 있는 그 세계 말이다. 계층의 구분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것이야말로 위험한 발상이겠지만 계층을 나열하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계층간의 위화감이 최소한이 되는 사회를 꿈꾼다. 어차피 신기루같은 유토피아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시장의 속성을 가진 사회주의적계층과 즉물주의적인 생리를 포함한채 인간과 인간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평등한 세상이다.

권교정의 만화에서 나는 그런 쾌감을 가진다. 고작 그런 걸로 쾌감을 느끼는 소심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그렇다. 그러니까 나는 평등해야한다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페미니스트들을 싫어하는 페미니스트이고, 계층을 타파해야할 필요를 느끼면서 계층의 위화감을 완하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진짜 압권은 권교정이 말하는 세계의 마침표다. 물론 그것은 만화속 한 인물이 이루어내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평가되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어쨌든 세계의 마침표를 그렇게 무의미하게 찍어버리는 것에 백만점을 보낸다. 세상이 사라지는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듯이 종족이 멸망하고 행성이 폭파하고 다시 진공상태의 몇백만년속에서 세계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사라지는 것 말이다. 기분이야 누군가의 바램이라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사라지는 것. 이유도 어떤 혁혁한 굉음도 없이 블록버스터식 액션활극의 발악도 없이 지우개로 연필글씨를 지워가는 것처럼 조용히 서서히 완전하게 사라지는 것 말이다. 다시 진공상태로 황량하고 황폐한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무의지, 무의식 무 완전한 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 상태로 모든것을 담고 있는 리사이클의 무. 그래서 존재의 모든 이유가 되는 무로 돌아가는 것 말이다.

거창한가. 별볼일 없는 가. 사설도 길고 논조도 볼품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권교정의 마담베리살롱은 볼만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꽤 재밌다. 오후라는 잡지는 8000원이 아깝지만. 그래서 요즘엔 그냥 소년점프나 밍크 윙크를 사보는게 나을까도 생각중이다. 아니면 보물섬이나 르네상스의 재간운동을.. 쿨럭..;; 아아.....요즘 괜찮은 만화계간지가 하나 또 나왔다고 하던데...;;;


나는 오후라는 만화잡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단행본은 사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생각이 든다..
젠장.. 단행본을 사야겠어. 그래야 이사람들이 계속 만화를 그릴 것 아냐..ㅠㅠ
빨리 출판사를 차려야 할텐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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